대구 근교 사찰 영천 거조사 영산전
불교 공부를 하며 아라한이 부처님의 제자이며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라고 설명하자, 누군가 "그 시대에는 그렇게 많은 아라한이 있었는데 지금은 왜 없는가?"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문뜩 500 나한전이 떠올랐고, 나한이 더 궁금하고 보고 싶어 대구에서 멀지 않은 영천 거조사 영산전에 다녀왔습니다.
옛날부터 영천에 가면 나한 500분을 모신 오래된 사찰이 있는데 그 절에 가려면 사탕이나 동전을 500개 준비해야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얘기로만 듣다가 알사탕을 들고 이제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일주문을 통해 걸어 오셔도 되고 옆으로 난 길로 차가 너른 주차장까지 들어가 바로앞에 주차할 수 있습니다. 범종이 달려있는 영산루가 사찰 입구인데 커다란 돌거북이 맞이합니다. 크지 않지만 용품점으로 공양미와 초가 준비되어있으니 준비 못하셨다면 구입을 하셔도 됩니다.
영산루 아래 돌계단을 올라야 높은 기단 위에 자리한 영산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긴 세월 동안 오르내렸을 계단 아래에 서면 조금만 보여주는 탑의 상부와 현판, 지붕과 하늘이 더 기대감을 줍니다.
모셔진 나한이 526분으로 동전을 가져갈까 하다가 알사탕을 600개 정도 주문했더니 한 자루입니다. 그래도 처음 해볼 경험에 사탕을 준비한 건 잘한 것 같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정면에 영산전과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바로 뒤에 영산루에 범종과 목어 북 운 판이 보입니다. 누각에 올라갈 수는 없고 앞에 앉아 볼 수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정면 영산전을 바라보아도 뒤로 산을 바라보아도 너무 좋은 장소입니다.
보자마자 해인사 장경각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빛바랜 황토색 7칸 옆으로 긴 목조건물은 창은 통창이 칸마다 나있고 정중앙 문으로 스님도 신도님들도 다니고 있습니다. 화려한 단청 없이 기품 있는 모습에 매료되었는데 외형과는 너무 다른 법당 내부에 또 한 번 홀려버렸습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탱화에서 나오는 붉은 기운, 밝은 석조 나한의 모습, 높은 천장 아래 매달린 등에서 비추는 빛이 주는 분위기와 공기는 다른 차원으로 불쑥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부처님과 다홍빛 탱화가 오묘한 느낌을 발산합니다. 옆으로 길고 앞뒤가 좁은 공간으로 문을 열자마자 바로 보이는 부처님의 모습과 좌우의 500 석조 나한은 문하나 사이에 다른 세상임을 느끼게 합니다.
매달려 있는 등이 너무 이뻐서 나한들은 뒤로한 채 한동안 고개를 들고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높게 솟은 서까래와도 너무 조화롭고 은은한 불빛이 흰색으로 조각된 나한의 모습과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른 세상이구나 부처님 세상 중 한 곳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생겨납니다.
표정 모습 앉은 자세 모두 다른 나한 중에 나와 맞는 분을 찾기 위해 한 분 한 분 눈 마주치고 고개 돌리고 계신 분은 까치발로 눈 마주 보고 감히 이름도 부르며 알사탕 하나씩 놓았습니다. 나중에 관리하시는 보살님이 힘드시려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호랑이를 안고 계시는 정주존자님과 옆에 세상 근엄하신 유희존자님 모습입니다. 이렇게 500분이 넘는 나한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계십니다. 각기 깨우친 바에 따라 선한 영향 나누어주시는 게 다르신 듯하여 각 나한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해야겠습니다.
영산전 왼쪽 옆으로 뒤켠에 있는 산신각입니다. 보살님이 기도 중이셔서 살짝 큰 모습만 담았습니다. 산신탱화와 초와 향꽂이만 있을 뿐 밖에서 기도 올려야 하는 작은 산신각입니다. 칸은 작으나 뒤로 품은 산으로 작은 느낌은 없습니다.
산신각을 끝으로 둘러보고 나와서 주차장에서 영산로를 본모습입니다. 깊은 산속에 귀하게도 모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구 근교에 있으니 나한이 궁금하시면 거조사 영산전은 필수입니다. 숲이 초록으로 변할 때 한 번 더 오려고 합니다.
나한은 아라한의 줄임말이며 일체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의 공양을 받을 만한 자격을 지닌 불교의 성자를 말하 합니다. 응공(인간과 천상의 공양을 받을만하다는 의미), 응진(진리에 상응하는이)이라고도 합니다.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자로 불법을 지키며 대중을 구제하는 분들입니다.
다른 사찰의 나한전도 많이 봤지만 궁금해서 찾아가서 일까요. 거조사 영산전처럼 부처님 시대 제자들이 계신 부처님 세상 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석조 나한 한 분 한 분이 모두 보물입니다. 다른 모습 다른 곳을 보고 계시지만 깨달아 한마음으로 불법을 지키신다니 더없니 공경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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